자동차 오버행, 짧을수록 멋있을까? BMW 5시리즈·E클래스·G80·파나메라 비교

BMW 5시리즈 측면 비례와 앞뒤 오버행을 보여주는 공식 이미지
BMW 5시리즈. 짧아 보이는 앞 오버행, 긴 보닛, 뒤로 물러난 캐빈이 정통 후륜구동 세단의 비례를 만든다. 
이미지: BMW Korea

비슷한 길이의 세단인데도 어떤 차는 날렵하고, 어떤 차는 우아하며, 또 어떤 차는 묵직해 보입니다. 그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오버행(overhang)입니다. 하지만 “오버행은 짧을수록 스포티하다”는 한 문장만으로는 자동차 디자인을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. 앞바퀴와 운전석 사이의 거리, 캐빈의 위치, 루프가 떨어지는 각도, 펜더의 부피까지 함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.

오버행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?

앞 오버행은 차체의 맨 앞에서 앞바퀴 중심까지, 뒤 오버행은 뒷바퀴 중심에서 차체의 맨 뒤까지입니다. 전체 길이에서 휠베이스를 빼면 앞뒤 오버행의 합이 됩니다. 다만 이 계산만으로는 앞과 뒤가 각각 얼마나 긴지는 알 수 없습니다.

앞 오버행, 휠베이스, 뒤 오버행과 캐빈 위치를 설명하는 자동차 측면 도해
오버행을 볼 때는 길이뿐 아니라 바퀴와 캐빈의 상대적 위치도 함께 봐야 한다. 도해: 차살말 제작

BMW 5시리즈로 먼저 읽어보자

현행 BMW 5시리즈 세단의 공식 치수는 전장 5,060mm, 휠베이스 2,995mm입니다. 앞 오버행은 945mm, 뒤 오버행은 1,120mm로 공개돼 있습니다. 숫자만 보면 뒤 오버행이 앞보다 175mm 더 깁니다.

그런데 사진을 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긴 뒤쪽이 아니라 앞바퀴 뒤에서 시작되는 긴 보닛입니다. 앞바퀴를 차체 모서리 쪽으로 밀고, A필러의 시작점을 뒤로 보내 보닛과 캐빈 사이에 여유를 만들었습니다. 이른바 대시-투-액슬(dash-to-axle) 거리가 길어 보이는 구성입니다. 여기에 곧게 뻗은 숄더 라인, 선명한 3박스 실루엣, 뒤창 끝의 호프마이스터 킨크가 더해지면서 차의 시각적 무게중심이 뒤로 이동합니다.

그래서 5시리즈는 실제로 뒤 오버행이 더 길어도 앞부분이 팽팽하고 추진력 있게 보입니다. 이것이 오버행의 ‘실측값’과 ‘보이는 인상’이 다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.

네 대의 숫자를 나란히 보면

대표 모델 전장 휠베이스 오버행 합 전장 대비
벤츠 E클래스4,951mm2,961mm1,990mm40.2%
BMW 5시리즈5,060mm2,995mm2,065mm40.8%
제네시스 G805,005mm3,010mm1,995mm39.9%
포르쉐 파나메라5,052mm2,950mm2,102mm41.6%

각 제조사의 대표 현행 세단 공식 치수를 기준으로 계산했다. 트림·시장에 따라 세부 치수는 달라질 수 있다. ‘오버행 합’은 전장−휠베이스이며 앞뒤 배분을 뜻하지 않는다.

벤츠 E클래스 — 길이를 ‘선’보다 ‘면’으로 정리한다

E클래스의 오버행 합은 네 차 가운데 가장 작지만, 그 사실이 디자인의 첫인상을 지배하지는 않습니다. 벤츠는 보닛에서 루프, 트렁크로 이어지는 큰 곡면을 매끄럽게 연결해 차체를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합니다. 캐릭터 라인을 강하게 베기보다 빛이 면 위에서 부드럽게 이동하게 만들어 길이를 우아하게 풀어냅니다.

또 C필러와 뒤 유리, 트렁크 리드를 급하게 끊지 않아 뒤 오버행의 존재감이 차분하게 흡수됩니다. BMW가 바퀴와 보닛 사이의 긴장을 강조한다면, E클래스는 앞뒤의 전환부를 부드럽게 연결합니다. 그래서 비슷한 체급에서도 공격적이기보다 정돈되고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.

BMW 5시리즈 — 바퀴가 자세를 만들고, 보닛이 방향을 만든다

5시리즈는 바퀴가 차체를 받치는 ‘자세’를 적극적으로 보여줍니다. 수직에 가까운 전면, 길고 평평하게 뻗는 보닛, 뒤로 물러난 캐빈을 차례로 읽게 해 시선이 앞에서 뒤로 빠르게 흐릅니다. 앞 오버행을 시각적으로 짧게 보이게 한 뒤 보닛의 수평 길이를 강조하므로, 정지 상태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듯한 인상이 생깁니다.

뒤쪽은 비교적 긴 오버행을 트렁크의 수평면과 단단한 숄더로 정리합니다. 즉 5시리즈의 스포티함은 ‘모든 오버행이 짧아서’가 아니라, 짧아 보이는 앞·긴 보닛·뒤로 간 캐빈·단단한 후면의 순서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리듬에서 나옵니다.

제네시스 G80 — 가장 긴 휠베이스를 우아한 긴장감으로

G80은 네 차 중 휠베이스가 가장 길고, 전장 대비 오버행 합의 비율은 가장 낮습니다. 하지만 단순히 바퀴를 모서리로 밀어낸 전기차식 비례와는 다릅니다. 긴 보닛과 뒤로 물러난 캐빈을 유지하면서, 앞 펜더에서 뒤로 떨어지는 파라볼릭 라인이 차체 전체를 크게 감쌉니다.

낮게 깔린 두 줄 램프는 앞뒤 끝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고, 두툼한 뒷펜더는 후륜 쪽에 힘을 모읍니다. 덕분에 휠베이스가 길어 실내가 넓어 보이면서도 차체가 늘어진 느낌은 적습니다. G80의 디자인은 짧은 오버행을 과시하기보다, 긴 축간거리와 완만한 곡선을 이용해 ‘여유 있는 긴장감’을 만듭니다.

포르쉐 파나메라 — 오버행 합이 가장 길어도 가장 스포티한 이유

표에서 의외인 차는 파나메라입니다. 오버행 합과 전장 대비 비율이 네 차 중 가장 크지만, 실제 인상은 가장 스포티합니다. 이유는 전체 합계가 아니라 앞뒤의 시각적 처리에 있습니다. 높이 솟은 앞 펜더 사이로 보닛을 낮게 보이게 하고, 루프의 정점에서 뒤까지 한 번에 떨어지는 플라이 라인으로 차체를 눌러 보이게 합니다.

측면 창문은 뒤로 갈수록 조여지고, 두꺼운 D필러와 해치백 형태의 후면이 긴 뒤쪽 볼륨을 근육처럼 묶습니다. 큰 휠과 낮은 차체도 바퀴가 차체 바깥을 붙잡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. 결국 파나메라는 오버행 수치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, 루프와 펜더의 힘으로 그 길이를 ‘속도감 있는 질량’으로 바꿉니다.

짧은 오버행만 보면 디자인을 놓친다

차의 비례를 볼 때는 다음 순서로 보면 쉽습니다. 먼저 바퀴가 차체 끝에 얼마나 가까운지 보고, 앞바퀴 중심에서 A필러까지의 거리를 봅니다. 그다음 캐빈이 앞·가운데·뒤 중 어디에 놓였는지, 마지막으로 루프와 숄더 라인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살펴보면 됩니다.

같은 40% 안팎의 오버행 비율에서도 E클래스는 부드럽고, 5시리즈는 팽팽하며, G80은 우아하고, 파나메라는 낮고 빠르게 보입니다. 숫자는 골격을 설명하지만, 디자인은 그 골격 위에 시선이 움직이는 순서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.

차살말 한마디

좋은 자동차 비례는 오버행이 무조건 짧은 것이 아니라, 브랜드가 의도한 성격과 앞뒤 길이의 배분이 잘 맞는 상태입니다. 다음에 차를 볼 때는 범퍼 끝만 보지 말고, 앞바퀴·A필러·루프·뒷펜더가 만드는 흐름을 한 번에 따라가 보세요. 같은 차도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.


자료 출처
BMW Group PressClub — The new BMW 5 Series Sedan
Mercedes-Benz Korea — E-Class
Genesis — G80
Porsche Newsroom — Panamera Exterior Design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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